워크샵 사회는 누가보지?! 내가 보나?

조직문화 워크샵 뿐 아니라, 어느 행사든 사회를 보는 건 환장 떨리는 일입니다. 천성이 무대체질이 아닌 이상, 손바닥에 흐르는 땀을 막긴 어렵죠. 이게 스피치 학원을 다니고 성장하기엔 너무 오래 걸리고, 레크레이션 강사 자격증을 따는 것도 이상합니다. 일 년에 몇 번이나 한다고. 그죠? 


늘 그렇듯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사회는 잘 보는 사람이 봐야 합니다. 그럴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느 정도 정돈이 되어있어야 하겠죠? 대본까진 아니더라도 대략적인 흐름과 기본 스크립트가 적혀있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이 워크샵의 목적과 취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하죠.


선택지는 심플합니다. 

  • 내부에서 진행한다면 천성이 무대체질인 누군가를 섭외해주시고, 
  • 외부업체나 인력을 쓴다면 얼라인 맞추는데 굉장한 공을 쏟아야 할 겁니다.




옥시나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까요?

뭐야, 조직문화 워크샵이 뭐 레크레이션이나 행사가 아니잖아!!
이건 진정성 있는 의견들을 모으는 시간이라구!!


맞습니다. 이건 행사가 아니죠. 그러나 행사이기도 합니다.
진정성도 진지함도 좋지만, 사람을 모아놓고 뭔가를 시키는 시간이잖아요. 사람이 움직이려면 


  • 맥락을 이해해야 하고
  • 재미가 있어야 하고
  • 흐름이 원활해야 합니다.


진정성과 좋은 아젠다 만으로는 모여서 말을 꺼낼 수 없죠.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경계의 벽과 서로 다른 지시와 언어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성인이고 똑똑하지만 모이면 6살 아기가 됩니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동료와의 수다나 앞에 놓여진 활동지 쪼물락 거리기 같은 다른 자극요소가 너무 많죠. 


왼손 드세요. 오른손 드세요. 네모를 가리키세요. 거기에 이렇게 적을거에요!~ 하면서 하나하나 진행해 나가도 못따라오는 사람들이 생깁니다. [집단]은 완전히 다른 하나의 생명체거든요. 이를 움직이는 건 특별한 스킬과 카리스마와 순발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러니 난이도 높은 행사라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외부 업체가 진행할 때는 그 업체만의 노하우와 스킬로 진행 할테니 그냥 맡기면 됩니다. 우리가 고생할 필요가 없죠. 워크샵 프로그램이 잘 잡혀 있나요? 그렇다면, 프로그램에 집중하지 마세요. 이젠,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상상해봐야 합니다.




01. 서술어를 뽑아라!

 워크샵 진행할 땐 왼손! 오른손! 시계방향! 일어나주세요! 앉아주세요! 펼쳐주세요! 이런 행위들이 하나하나 명확해야 해요. 사람이 많아지면 잘 들리지도 않고, 게다가 사람들은 모여있을 때 몹시 혼란스러운 존재입니다. 상상 이상으로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동작들을 지시해주세요. 저희가 만드는 멘트 초안을 볼게요.


자 보세요. 볼드 처리된 부분을 읽어보세요.‘꺼내주세요. 읽어볼까요? 적어주세요. 물어봐주세요.’ 등 지시어로 마무리됐죠? 이렇게 적어주세요. 사람들의 행동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어야 해요. 




02. 컷을 구분해라!

자!! 그럼 이제, 흐름을 잡아봅시다. 워크샵은 n개의 프로그램이 n분씩 진행되잖아요. 그래서 저흰 이걸 어떻게 만드냐!! 저희가 먼저 준비하는 건 일단 스프레드시트를 켜는 겁니다. 그리고 아래처럼 정리할 거예요!



각 열에는 프로그램을 놓고, 각 행은 진행 멘트를 순서대로 배치하죠. 각 행은 컷(cut)별로 구분합니다. 컷이란 하나의 동작이 완성되는 순간을 말합니다.

  • 펼쳐서 읽는다 = 한 컷
  • 돌려보고 소리내 읽는다 = 한 컷
  • 느낀 점을 동료에게 말한다 = 한 컷
  • 정리하고 나를 바라본다 = 한 컷


이 컷들이 여러 개 모여 하나의 프로그램이 완성됩니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적을 때도 사람들의 행위를 분리해서 상상할 수 있어야 해요. 유독 컷이 많은 프로그램이 있을 거에요. 그 부분에 신경쓰면서 진행하거나, 또는 불필요한 컷이 많진 않은지 재확인할 수 있죠. 이렇게 하면 전체 흐름을 확인하기 쉬워요!! 본격적인 리허설이나 큐시트 제작 전에 반드시 이 흐름을 먼저 확인하고, 어색한 부분이 없는지 찾아봐야 합니다. 하다보면 분명 빠져있는 부분들이 보이거든요.




03. 큐시트 만들기! 꼭!!

이걸 기반으로 큐시트를 만드는 거에요! [큐시트]는 유재석이 유퀴즈할 때 손에 들고 있는 대본, 흐름, 지시, 포인트가 적힌 진행보조카드를 말합니다. 

네, 저 손에 노란 거 보이시죠? 유재석도 큐시트를 들고 합니다. 감히 이걸 외워서 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맙시다. 자 그럼, 이제 큐시트를 어떻게 만드는지 한 번 볼까나요!

저희 큐시트는 이런 식으로 되어 있어요. 가벼운 대사들과 행동 포인트들을 적어놓습니다. 폰트는 좀 크게 해주세요!! 슬쩍슬쩍 봐도 이해될 수 있게 말이죠. 그리고 행동의 순서대로 적혀 있어야 해요. 저희는 A5나 A6사이즈로 만들어서 인쇄한 후 빳빳한 300g 이상 종이에 하나하나 붙여서 사용했었어요. 요즘은 그냥 표지만 빳빳하게 만들어서 링으로 고정합니다.

보시면, 파란색 글씨는 행동지시까만색 글씨는 가벼운 대본을 적어놨습니다. 워크샵은 말 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앞서 말씀드렸듯 큐시트를 적을 때 중요한 건 [행동가이드]입니다. 멋진 에피소드나 명언은... 오프닝과 엔딩 때만 살짝 하는 거고, 대부분은 또렷한 지시와 취지설명이 워크샵의 성패를 좌우하죠!




자 정리할께요.


  • 먼저 위 스프레드시트에 흐름과 메인멘트부터 정리합니다.
  • 멘트는 행동을 지시하는 서술어 위주로 씁니다.
  • 가로축은 프로그램 순서를, 세로축은 컷별 멘트를 적어주세요. 행별 한 컷씩!@ 
  • 2~3컷을 모아 큐시트 1장에 적어주세요.
  • 그리고 반드시!!! 리허설이나 롤플레잉을 해주세요! 100% 어색한 부분이 생깁니다. 진짜 100%!! 실제 구어체로 바꾸면서 수정해주세요.
  • 그리고 연습! 연습! 연습!!!!! 
  • 이 워크샵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목적과 흐름을 잊어버리면 안돼요. 생각보다 ‘집단’의 에너지는 강합니다. 사회자가 이 분위기를 이겨내지 못하면, 그들의 니즈대로 흘러가버리고 말아요. 아이러니하게도 그건 반드시 불만으로 이어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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