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So,

컬처덱에 대해 궁금한 점을 허심탄회하게.

Q. 컬처덱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컬처덱은 우리 회사만의 채용,성장, 퇴사의 기준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모든 의사결정의 가장 상위의 대전제이자, 개인이 조직에게 무언가를 설득할 때 등장하는 '명분'입니다. 전사에 공유된 합의라는 묵직한 명분이죠. 물론 이 공유의 방식이 민주적일수도, 탑다운일수도 있습니다. 그걸 선택하는 것도 그 회사의 문화죠. 다만 합의된 원칙들이 단순히 말로만 존재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작동하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실질적인 제도와 평가,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열린 소통을 합니다!’ 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정확히 어떤 소통을 말하는 것인지, 왜 그래야 하는지, 어떤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지, 그 권한과 책임은 어디까지인지를 명시하죠.


Q. 대표님 말씀을 받아적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요?

물론 대표가 조직 전체의 방향성과 목표, 원하는 모습을 말씀해주실 겁니다. 그건 큰 프레임이자 바운더리일 뿐이지, 그 자체가 조직문화가 되진 않습니다. 명확히 리더가 조직에 전파하는 건 '분위기'이지 '훈화말씀'이 아닙니다.  만약 대표님이 말이 많은 타입이라면 그 말을 적는 게 아니라, '우린 말이 많다.' 는 걸 적습니다. 왜 말이 많아야 하는지도 적습니다. 그게 우리 성장에 도움이 되는지도 확인합니다. 



Q. 컬처덱과 브랜드소개서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둘은 목적성이 다릅니다. 브랜드소개서는 영업과 인지도를 위한 겁니다. 대외메시지죠. 제품의 매력과 철학을 알리고, 서로가 가질 실질적인 이득을 설명합니다. 컬처덱은 조직의 정체성과 생존을 위한 겁니다.  대내메시지죠. 회사의 방향과 원칙을 설명하고 서로가 지켜야할 제도와 규율을 설명합니다.


Q. 그럼 다 통일시키는 건가요?

음…통일이라... 물론 통일은 참 편한 방법입니다. 짜장면으로 통일,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통일, 브랜딩도 같은 컬러와 로고로 통일, 업무양식 통일, 템플릿화… 이젠 사람의 정체성도 통일시키려고 하죠. 맙소사!! 그건 불가능합니다. 지금이 산업혁명 시대도 아니고 말이죠. 그라운드룰이란 모든 사람이 기계처럼  ‘똑같은 행동과 생각’을 하라는 게 아닙니다. 단지 대원칙을 공유하는 것이죠. 구체적인 방법은 각자 알아서 하는 겁니다. 우리가 규정하는 건 바운더리입니다. 뭘 자유롭게 할 수 있고, 뭘 책임져야 하는지. 당신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적을 뿐이죠.


Q. 그럼 추상적으로 변하지 않나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건 언어능력의 문제입니다. 자꾸 추상적인 단어만 나오는건 알고 있는 단어의 갯수가 몇 개 안되기 때문이죠. 사실 ‘신뢰’라는 단어도 파고들면 수백 개의 개념으로 쪼개집니다. 근데 우린 보통 언어의 뉘앙스와 다양한 심상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않아요. 대원칙을 날카롭게 잡고싶다면 수많은 어휘를 알고 있어야 하고, 이를 표현할 언어능력이 필요합니다.



Q. 어떤 형태의 결과물로 받아볼 수 있나요?

명문화작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문서 형태입니다. 제본된 책일수도, PDF 형태, 슬라이드 형태, 낱장일수도 있습니다. 담기는 내용은 4가지입니다.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고,
왜 그래야 하는지,
어떤 제도로 구현되는지,

그 권한과 보상과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Q. 컬처덱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적어도 애프터모멘트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용기내서 그걸 실천해보는거. 그리고 성공경험을 만드는 것”.  이걸 마이크로 케이스라고 합니다. 말은 누구나 멋지게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게 실제 조직에서 작동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죠. 우리가 만드는 건 ‘어? 이게 되네…?’ 하는 생경함과 기대감입니다.


Q. 컬처덱은 어떤 경우에 사용할 수 있나요?

이론적으로는 타운홀미팅, 인사평가, 원온원미팅, 갈등상황, 피드백미팅 등 다양한 ‘원칙’이 필요한 상황에서 쓰일 수 있겠지만, 컬처덱은 무슨 망치같은 게 아닙니다. 사실은 모두가 달달달 외우고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하고 있어야 하죠. 우리가 남의 집 앞의 택배를 훔쳐가지 않는 게 법전을 열고 조항을 찾아본 후  판단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체화를 위한 첫 작업이라고 생각해주세요.


Q. 컬처덱을 만들려면 어떤 것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나요?


실무자의 업무분장을 다시 해주세요. TF들이 실무에 치여 바쁘면 마음에 여유가 없어집니다. 컬처덱 프로젝트는 굉장히 거대하고 고민이 많아요. 할 일도 많고요. 그들에게 원래 하던 일도 하고 이것도 하라고 하면 그들은 죽습니다.


Q. 컬처덱 제작 과정과 기간, 기본 견적이 궁금해요.


제작과정은 메인페이지에 적어놨습니다. 크게 <미팅과 인터뷰, 취합과 콘텐츠화, 실제작, 선언식> 으로 나뉘어 집니다. 보통은 4개월 정도가 걸렸습니다. 많게는 1년도 가더라고요. 견적은 프로젝트 스케일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Q. 미팅과 인터뷰가 다수 진행되는데, 어떻게 진행되나요?

저흰 워크샵이란 단어를 쓰지 않습니다. 워크샵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우린 지금 문제해결을 위해 모인게 아니거든요. 의견을 나누고 듣는 과정이죠. 이것은 인터뷰입니다. 제가 사회를 보고, 좋은 질문들을 던질거에요. 저흰 툴킷이나 체크리스트를 만들지 않습니다. 눈을 마주치죠. 소근소근 말합니다. 위로하고, 끄덕이며 다가갑니다. 뻔한 얘기부터 가장 깊은 곳까지 차례대로.


Q. 제작할 때 애프터모멘트가 중요하게 여기는 포인트가 있나요?

네, 저흰 조직의 실제모습과 다른 컬처덱을 만들지 않아요. 만약 만들다가도 거짓된 모습을 포장하려고 한다면 그 즉시 프로젝트는 중단할 거에요.


Q. 사내 규칙을 통보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요?

규칙은 말그대로 지킬 것만 통보하는 겁니다. 컬처덱은 설득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사용방법을 함께 알려줍니다. 규칙의 이유와 지키기 위해 마련된 제도, 규칙을 지키는 우리의 캐릭터/정신 그 자체를 담습니다. 심지어 규칙이 없는 것 또한 규칙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포스는 컬처덱에 어떠한 규칙도 적지 않습니다. 그냥 구성원들이 지난 1년 동안 느꼈던 회고록을 그대로 모을 뿐이죠. 그게 조직문화니까요. 컬처덱은 정해진 틀에 문화를 맞추는 게 아닙니다. 문화에 따라 그 양식도 얼마든지 달라지는 거죠. 통보하는 걸 좋아하는 문화면 규칙처럼 가는 겁니다. 통보하지 않는 문화라면 백지 자체가 컬처덱이 될 수도 있습니다. 


Q. 그럼 너무 양식이 다양한 거 아닌가요?

재밌는 걸 알려드릴게요. ‘자유형식’의 이력서를 사람들이 어떻게 쓰는 줄 아세요? 자유형식 템플릿을 구글에 쳐본다고 해요. 그래서 자유형식이라는 형식이 또 만들어진다고 하네요. 우린 윗 사람들에게 보고하기 위해서,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 늘 정해진 형식과 알고 있던 프로세스만을 떠올립니다. 지금까지 우린 '나만의 것'을 표현하는 법을 배운 적이 많지 않았습니다. 늘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법을 배워왔죠. 그러나 컬처덱은 우리의 색깔을 담는겁니다. 카드로 만들수도, 페이지번호를 없애버릴 수도, 그냥 인터뷰만 담을수도, 강력한 명령으로 찍어누를 수도, 구구절절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그 스타일에는 자신감과 개성이 충분해야 합니다. 우리를 표현할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저희랑 같이.


Q. 쓰이지 않는 컬처덱에는 어떤 원인이 있나요?

원인은 수도 없지만 대표적으로 5가지가 있어요. 첫째, 바로 안쓰면 잊혀집니다. 둘째, 전파자가 없으면 잊혀집니다. 셋째, 리더가 지키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넷째, 실제와 다르면 버려집니다. 마지막, 남의 걸 보고 만들면 외면당합니다.


Q. 컬처덱을 완성한 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대혼돈이 예상됩니다. 기존 구성원들의 반발과 어색함과 환영이 뒤섞일거고, 좋다 나쁘다 의견이 갈립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혼돈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될 겁니다. 관성이 이기면 컬처덱은 망합니다. 조직문화의 전파자들이 좋은 마이크로 케이스를 빠르게 만들고 알려야 합니다. 그리고 신입들이 들어옵니다. 신입들은 새롭게 정착된 문화를 온몸으로 흡수합니다. 그렇게 2세대가 탄생하죠. 2세대와 1세대의 갈등으로 디테일이 다듬어 질 것입니다. 2세대가 다시 사수가 되고 3세대가 들어왔을 때 비로소 문화가 정착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